중독성 있는 재래식 숯불 바베큐치킨,
불과 몇 평의 작은 가게로 대형 치킨점들과 맞서온 13년의 힘
(사당동)
언제부턴가 외래어인 '치킨'이 우리생활 속에 표준말처럼 자리 잡고 말았다.
KFC 같은 외래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하여 대형 치킨체인점들이 한몫했음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 같다.
우리 입맛도 기계화된 서양식 '프라이드 치킨'에 길들여진지 오래다.
이런 와중에 고집스럽게 재래식 수제 숯불바베큐 치킨으로 대형치킨점들과 맞서 입지를 굳힌 집이 있다.
배달 상권도 아닌, 주변에 내로라 하는 대형 치킨점들이 즐비한 곳에서 불과 몇 평의 아주 작은 가게로 13년을 버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손이 많이 가고 더딘 재래식으로 말이다.
게다가 비가오나 눈이 오나 땀을 뻘뻘 흘리며 하루 10시간씩 손으로 일일이 닭을 숯불에 구워내는 일은 남 시켜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니 월급받고 할 사람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 집은 부부 단 둘이 가게를 꾸리고 있다. 남편은 굽고 부인은 서빙을 하고. 치킨집에 흔한 알바도 없다.
가게가 좁다 보니 테이블 간격도 좁다. 왔다갔다 할 공간도 부족하다. 자리가 없어서 못 먹고 가는 손님도 많다.
이 집 메뉴는 숯불바베큐 소금과 양념 두 가지 맛이 있는데 반반 시키는 게 좋다.
소금만 먹으면 고소하지만 단조롭고, 양념만 먹으면 좀 맵다.
양념반, 소금반(16,000원)
제한된 숯불판에서 일일이 손으로 구워내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린다. 그래도 맛있으니 기분 좋게 기다리게 된다.
기름기가 쏙 빠져서 소금구이가 단백하면서도 고소하다. 살집도 좋다.
튀김 기름이 잔뜩 밴, 두꺼운 튀김옷이 반을 차지하는 프라이드 치킨과는 비교가 안 된다.
아마 웰빙치킨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양념은 조금 맵다. 자꾸 먹다보면 입이 살짝 화끈 거린다. 이럴 때 소금구이를 번갈아 먹으면 좋다.
내가 소금 반, 양 념반으로 시키는 이유다.
이 집 치킨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
좀 많이 먹어도 니글거리거나 느끼함이 없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도 치킨이 먹고플 땐 이 집이 생각난다.
사당동이라그럼어찌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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