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호텔 요리사출신의
자연산회를 단돈 만원에
- 매스컴 전혀 타지 않고도 입소문만으로 두터운 단골층 확보한 숨은 맛집(방배동)
맛집 블로그 하면서 이런 집을 만나는 건 기쁨이다.
매스컴 전혀 타지 않은 무공해(?) 숨은 맛집.
발품 팔아야만 발견할 수 있는 집.
맛집블로거랍시고 언론이나 인터넷에 이미 떠도는 음식점들 검색해서 뒷북치고 다니는 일은 좀 그렇다. 재미 없다.
http://i1.daumcdn.net/deco/contents/horizontalrule/line06.gif?rv=1.0.1) repeat-x left 50%; WIDTH: 99%; HEIGHT: 15px">
내가 처음 이 집을 알게 된 건 어느 늦은 밤 산책길에서였다.
'자연산 100%', '해물포차'라는 두 문구가 내 눈길을 끌었었다.
그때만 해도 별 기대 없이 들어갔었는데 솜씨를 맛보곤 내 단골맛집으로 등록시킨 집이다.
사실 이런 집은 블로그에 올리지 말고 혼자 즐기는 게 더 좋은데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잠시 했었다^_^
이 집은 고향인 울진 죽변에서 형님이 매일 보내주는 자연산만 취급한다고 한다.
얘기 들어보니 주인장은 국내 최고의 호텔이라는 신라호텔 요리사 출신이다.
특급호텔 출신답지 않게 스타일은 좀 터프하지만 자신의 맛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특급호텔 요리사 출신의 손을 거친 음식이라 혹시 비싸지 않을까 하는 편견은 버려도 좋다.
모든 메뉴가 1~2만원에 불과하다. 혼자 오는 손님을 위해 자연산 회를 단돈 만원에도 제공한다. 처음에는 만원짜리 회는 없었는데 혼자 와서 술 한 잔 하는 손님들의 만원어치만, 만원어치만 하는 부탁이 지금의 만원짜리 회 메뉴를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내놓는 모양새도 당연히 호텔 스타일이 아닌 소박한 포차식이다.
이 집의 3대 대표메뉴는 자연산막회, 물회, 도루묵탕이라는데 나는 오늘 자연산 막회를 주문했다. 인원이 둘이라 2만원짜리로.
서비스로 나오는 콩나물 바지락국.
처음 온 사람이라도 이 맛을 보면 여기가 그저 그런 포차가 아닐 거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나도 그랬었다.
적당한 간에 신선하고 진한 바지락맛이 일품이다.
맛의 신선도와 바지락 상태로 보건대 미리 대량으로 끓여두었다가 떠주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때그때 새로 끓여내는 맛이다.
바지락국으로 입맛을 워밍업 시키고 있는데 기다리던 회가 나온다.
주인장이 "내가 팔면서도 탐난다"고 자랑하는, 두툼하게 썰어낸 2만원짜리 자연산 막회다.
삼겹살 1인분도 만2천원 안팎, 곰탕, 냉면도 한 그릇에 만원 정도 하는 세상이다 보니 이런 가격은 정말 반갑다.
어디 가서 이 정도의 자연산 회를 이 가격에 먹을 수 있을까 싶다.
특히 고둥계의 귀족이라 불리는 귀한 백고둥 회를 비롯해서 게르치, 도다리, 광어, 그리고 멍게까지.
썰어 놓은 회만 보고 어종을 다 구별하기란 사실 매우 어렵다. '게르치'는 내가 잘 모르는 어종이다.
아마 쥐노래미를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닌가 싶다(정보 공유 차원에서 잘 아시는 분은 댓글 주시면 좋을 듯).
어종(魚種)은 그날그날 죽변항 현지 사정에 따라 바뀐단다.
왜 이리 싸게 파느냐니까 고향 형님이 아주 저렴하게 보내준 덕분이란다. 수산시장 가서 장봐다가 팔면 자연산은 꿈도 못 꾸고 양식이라 해도 이 가격에 이 양을 주긴 힘들다는 설명이 덧붙여진다.
여느 횟집의 흔한 채소 대신 해초를 담아 낸 것도 맘에 든다.
서울에서 고둥계의 귀족 '백고둥'을 회로 맛볼 기회는 흔치 않다.
더군다나 2만원짜리 접시에서 백고둥회를 이렇게 맛보긴 어려운 일이다.
백고둥은 쫀득하고 차진 맛이 일품이다.
회는 회대로 익힌 건 익힌 것대로 맛있다. 맛을 보면 고둥계의 귀족이란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알게 된다.
바다는 바다로 감싸라.
회를 해초로 감아 먹으면 바다향이 더 깊어진다. 바다를 통째로 입에 넣은 기분이다.
회를 먹다보니 다른 횟집들의 종잇장 회가 절로 비교가 된다. 회가 얇지 않고 두툼해서 씹는 맛이 무척 풍성하다.
잡내 없이 깔끔하고 구수한 양념된장을 고추냉이 대신 회에 올리면 회가 또 다른 맛이 된다.
고추냉이에 한 번, 된장에 한 번...
주인장의 솜씨를 입에 올리며 한참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 손님이 이 집 물회 맛이 최고라며 맛 좀 보라고 건네준다.
손님이 손님에게 주인장의 솜씨를 자랑하고파 자신의 안주까지 내놓는다. 맛을 보니 손님이 권한 이유를 알 만하다. 물회의 생명은 신선도와 새콤달콤한 간의 조화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과하지 않은 적당한 간에 새콤달콤 감칠 맛이 입맛을 돋운다.
http://www.beeki.kr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