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통령' 서태지의 맛집에 가다
(자양동)
한눈에 봐도 깨끗함과 신선함이 느껴지는 우윳빛 비계와 선홍색 살코기.
삼겹살을 별로 즐기지 않는 내가 시선을 빼앗기고 입맛을 다시며 먹었을 정도다.
알고보니 이 집은 가수 서태지가 즐겨 찾는 집이었다.
그가 즐기는 음식은 이 최상의 삼겹살이 아니라 따로 있었다.
서태지가 이 집에서 즐겨 먹는 건
단돈 6천원짜리(5천원이었는데 구제역 파동 이후 천원 인상했다고) '뚝배기 감자탕'이라고 한다. 은둔의 스타, '문화 대통령' 서태지의 입맛은 의외로 소박했다. 그가 즐긴 감자탕 맛은 어떨까...
서태지는 워낙 베일에 가린 스타이다 보니 그가 국내에 있는지 외국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데다가 국내에 있다해도 어디를 자주 가고 어디서 무엇을 먹는지는 전문 파파라치나 연예 기자들도 잘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그의 단골맛집 같은 건 알려진 게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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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외관의 원조감자탕 간판을 단 이 집(주소, 위치 맨 아래 별도 표기)은 내가 모임 때문에 가끔 찾는 집이다.
조금 산만해 뵈는 입구와 유리창은 시중의 흔한 감자탕집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홀은 1, 2층이 있는데 내가 찾은 시간에 1층은 이미 손님들로 꽉 찼고 2층은 예약 손님 위주로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우리는 예약을 한 상태라서 자리 걱정 없이 2층으로 올랐다.
2층은 공간이 3개의 방으로 나눠져 있다.
국내산 생삼겹살은 구제역 파동 이후 꾸준히 가격이 올라 금겹살이 된지 오래다.
메뉴판에 매직으로 고친 가격은 최근에 또 한 번 가격이 올랐음을 보여준다.
사먹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 힘든 물가다.
요즘 수입산 저가 식자재를 쓰는 곳이 너무 많다보니 이런 안내 문구 하나도 유심히 보게 된다.
모임 상이라 테이블이 좀 정신 없어 보이는데 반찬들이 아주 정갈하다.
메뉴는 모임에서 미리 주문한 생삼겹살.
생삼겹살은 한눈에 보기에도 때깔이 정말 좋다.
냉동이나 수입산에서 볼 수 없는 최상의 비주얼이다.
이 집 반찬은 모두 직접 만든 것들이라는데 특히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풋고추를 넉넉히 갈아 담근 이 열무김치는 시골 밥상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맛이다. 자꾸 손이 간다.
잡냄새가 전혀 없는 신선하고 도톰한 선홍색 생삼겹살과 감자, 버섯을 함께 불판에 올리면 고소한 냄새와 익는 소리가 식욕을 제대로 자극한다. 위산의 압박ㄷㄷ
돼지고기의 특성만 아니라면 설익혀 먹고플 정도로 고기 때깔이 좋다.
큼직하게 썰은 버섯을 노릇하게 구워 기름소금에 찍으면 이게 또 고깃집의 별미다.
저가(低價) 냉동이나 수입 고기를 굽다 보면 불판에 기름이 흥건하게 흘러나와 거의 튀김이 되다시피 하는데 이 생삼겹살은 불판 상태가 완전 다르다. 딱 굽기 좋을 만큼의 돼지 지방이 불판에 알맞게 묻어 나온다.
생삼겹의 지방에 적당히 노출된 감자는 고소한 맛이 그만이다.
드디어,
최상급의 도톰한 생삼겹살을 입안으로 쏙~
맛있다는 말밖에 ^.^
사실 이렇게 좋은 고기는 채소에 싸지 않고 기름소금에만 찍어 육질을 좀더 직접적으로 음미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럴 경우라도 반드시 채소는 따로 먹어주는 게 좋다는 사실.
배가 불러오자 벽면에 붙은 사인이 눈에 들어온다. 가수 최헌의 사인.
탤런트 정찬의 사인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사인까지.
서태지 사인은 글씨가 흐리고 작다. 모르는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칠 정도로.
그래서 서태지 이름 부분만 C.U.
서태지는 주로 손님 뜸한 심야 시간에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동료 가수 김종서와 함께 와서 먹곤 하는데 최근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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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가 즐겨 먹는다는 뚝배기 감자탕(6천원)은 어떤 맛일까.
삼겹살로 배가 좀 부른 상태지만 그가 즐기는 맛이 궁금해서 나도 한 그릇 주문해 봤다.
큼직하고 살점이 실한 돼지뼈가 두 개나 들어 있다.
국물은 삼삼하고 약간 칼칼하면서 깔끔하다. 잡냄새와 기름진 맛이 전혀 없다. 아~ 소박한 이 맛을 서태지가 즐겼구나. 소박한 한국의 맛을. 서태지가 한결 가깝게 느껴진다.
감자탕은 삼국시대부터 유래된 우리의 고유음식이다. 당시 돼지 사육을 많이 한 지금의 전라도 지방에서 유래되어 전국적인 음식이 됐다. 여기서 말하는 감자는 밭에서 나는 감자가 아니라 돼지 등뼈에 있는 척수를 말한다. 감자탕은 돼지등뼈로 만든 음식이다.
감자탕에서 빠지면 섭섭한 게 이 우거지다.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제대로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음식은 참 지혜롭다. 돼지뼈에 있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B1 등의 영양분과 우거지의 풍부한 식이섬유가 영양적으로나 미각적으로 잘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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