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는 숙성회를 더 좋아한다
숙성회가 맛있는 이유
오래 전에 생선의 천국이라는 일본을 여행하면서 그 많은 스시, 사시미 집들이 수족관 없이 장사하는 걸 보고 의아해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선횟집이라면 으레 수족관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수족관이 안보이는 횟집은 사람들이 들어가길 꺼릴 정도다. 그래서 횟집마다 가장 눈에 잘 띄는 입구에 수족관을 배치한다. '우리는 활어를 판다'는 인증겸 전시겸 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때 일본의 수족관 없는 사시미집들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건 우리나라에서도 횟집보다 몇 배 비싼 고급일식집은 수족관이 안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왜 횟집보다 일식집 회가 더 맛있었을까 하는 기억도 떠올랐다. 그때까지는 그저 막연히 일식집은 더 비싸니까 당연히 맛있겠지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활어회, 일본은 숙성회를 즐기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생선회 맛의 차이를 결정하는 요소는 몇 가지가 있다. 어종에 따른 맛의 차이를 비롯하여 같은 어종이라도 산란기 전후 등 시기에 따른 맛의 차이, 서식 환경에 따른 맛의 차이 등이 있다. 서식환경은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사느냐다. 청정환경에서 풍부한 먹이를 먹고 맘껏 놀던 생선이라면 최상의 맛을 제공해줄 것이다. 자연산이냐 양식이냐도 서식환경에 해당하는 문제다.
그리고 또 하나 맛의 차이를 주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이것은 죽은 뒤에 나타난다. 같은 생선이라도 잡은 후 숙성을 시키면 맛에 변화가 생긴다. 생선의 단백질은 숙성을 시키면 이노신산이 활어 상태일 때보다 무려 10배까지 많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노신산은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다. 자연 조미료인 셈이다. 숙성회가 더 감칠 맛이 나고 차진 맛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본의 사시미 문화는 미각, 즉 혀의 느낌을 중시한다. 그들은 생선을 잡아서 저온 냉장 상태로 일정시간 숙성시켜 즐긴다(숙성시간은 업소마다 형편에 따라 다른데 몇 시간에서 길게는 2~3일까지도 된다).
반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생선의 씹힘성을 중시하는 활어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내 눈으로 보는 자리에서 잡아 바로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문화다. 하지만 미식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나 수산업 종사자 또는 생선 전문가들 중에는 숙성회를 더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기서 한 가지, 활어는 무조건 씹힘성이 더 좋을까?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씹힘성만 놓고 보더라도 활어를 잡아 바로 먹을 때보다 4~5시간 지난 뒤 먹을 때가 최고조에 이른다. 이 씹힘성은 생선육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과 함께 사후 강직 현상에서 오는 결과다. 사후 10시간 정도 지나면 씹힘성은 활어상태일 때보다 떨어지기 시작한다. 즉 사후 10시간 정도까지는 갓 잡았을 때의 씹힘성이 유지 되거나 더 좋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활어 문화는 단순히 씹힘성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여기에는 숙성회에 대한 신뢰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숙성회는 신선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과 불신이 그것이다. '숙성회'와 '맛이 간 회'는 분명 다르다.
숙성회는 처음부터 숙성을 목적으로 가장 좋은 생선을 아주 '위생적으로 잡아' 최적의 저온 냉장상태(온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대략 섭씨 1~5˚정도)에서 '위생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그냥 잡아놓고 안 팔려서 결과적으로 숙성회가 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횟집에 대해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즉석에서 내 눈으로 활어를 잡아내는 걸 보고 먹어야 안심을 하는 것이다.
평소 활어회를 찾는 사람들조차도 제대로 된 일식집 숙성회를 맛보면 더 맛있어 한다.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도 숙성회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습관의 문제, 신뢰의 문제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늘은 숙성회와 활어회를 모두 먹을 수 있는 횟집 하나 소개합니다. 위에서 긴 얘기 했기에 횟집 설명은 간단하게^^
낙성대역 부근(위치, 전번, 주소는 맨 아래 명함 참조)에 깔끔하고 분위기 괜찮은 횟집, '가우리'.
이 집도 여느 횟집처럼 입구에는 활어 수족관^^
실내는 넓지 않은데 분위기가 아기자기 하다.
참치회도 있고...
이 메뉴판에 없는(벽에 칠판 메뉴판이 있음) 광어회 2만원짜리가 있는데 숙성회다. 그것으로 주문.
곁반찬은 간단하고 깔끔하다.
여기에 잠시 후 홍합탕이 나오면 곁반찬은 끝(메뉴 가격대에 따라 곁반찬이 다르다)
이건 회무침이 아니고 해파리 무침인데 해파리의 아삭한 식감이 괜찮다.
해파리 무침을 먹는 동안 홍합탕이 나오고
생물 홍합을 쓰는지 신선하다^^
이게 2만원짜리 숙성 광어회다. 이 정도면 가격대비 양도 괜찮다.
회를 좀 더 두께감 있게 썰었으면 하는 아쉬움 빼고는 숙성 상태도 좋고 맛있다^^
갓 잡은 회에 비해 차진 맛과 감칠 맛이 더 좋다.
이 집은 가격대가 다양하고 활어회와 숙성회 모두 준비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깔끔한 분위기, 횟집 같지 않은 아늑한 횟집의 분위기를 원한다면 추천할 만하다.
어느게 더 맛있다는 표현은 좀 아닌듯...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군.ㅎㅎㅎ 가봐야 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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