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군대에서 몰아본 K-511 구형(일명 두돈반) 운행기 써봅니다
- 일단 이 빌어먹을 구형 두돈반은 현재 일선 부대에서는 거의 사라지고 신형인 K-511A1이 들어온걸로 압니다. 근데 저희는 족후방 산골부대였기에 93년식 구형이 아직 굴러가고 있더라구요. 자대 오기전 후반기교육도 신형으로 받았는데... 잠시 멘붕
- 이 썩차의 시동을 걸기 위해선 준비과정이 필요합니다. 일단 짬 안되는 애들 두명이 본넷위로 올라타서(발판따윈 없음) 브란자 옆에 붙어있는 펌프를 ㅈㄴ게 눌러줍니다. 한 100번쯤? 이지랄 안하면 시동이 안걸려요.
- 그리고 드디어 시동을 겁니다. 축전지를 차단-> 접속으로 바꿔주고 무슨 싸구려 오락기에나 붙어있을법한 시동버튼을 누르면서 악셀을 존나게 밟습니다. 그냥 쭉 밟으면 안되고 1초에 10회정도 타타타타타ㅏ타탓.... 이거 감을 못잡아서 시동에 실패하면 위에서 언급한 펌프질을 다시 해야하는 불상사가..
- 이제 운전석 왼쪽에 붙어있는 효과 1도 없는 주차브레이크를 해제하고 기어 2단 넣고 출발.. 클러치를 살짝 떼면 안그래도 덜덜 떨리는 차체가 부서질듯 더 떱니다. 1톤 포터 출발하듯이 클러치만 떼서 출발하면 시동 꺼지며 선탑한 간부의 애정어린 욕설을 듣게 됩니다. 후까시 붕붕 주면서 출발~
- 당연히 유로규제따윈 쌈싸먹은 엔진이라 무려 쌍발 마후라에서 도넛모양으로 시커먼 매연이 뿜어져 나옵니다. 마후라쪽에 막사나 사무실이라도 있다면?
- 희한하게도 이 ㅈ같은 썩차가 고바위는 나름 잘 갑니다. 근데 내려갈때가 문제죠. 창군 이래 수많은 장병들을 요단강으로 보낸 두돈반의 브레이크 씨-스템... 맞은편에 민간차량이라도 보이면 똥꼬가 서늘해집니다.
- 당연히 에어컨따위는 없지요. 더군다나 차체가 쌩철판이라 그런지...폭염때면 운전병이나 간부나 차라리 내려서 걸어가겠다고 절규합니다.
- 이 ㅆ발롬의 핸들은.. 다행히 파워핸들로 개조되어 있었습니다만 어떤 돌대가리가 만든건지 모양이 완전한 Y자라서 이게 핸들이 어느쪽으로 얼만큼 돌아간건지 감으로 때려맞춰야 합니다.
- 시동은 엔진 스탑 케이블을 쭉 잡아당기면 꺼집니다만 끊어진채로 고장난게 태반이라 그냥 5단넣고 클러치 떼서 시동을 껐었네요.
바깥에서는 자율주행 전기차가 돌아다니는 판국에 K-군대에서는 아직도 이런 19.. 아니 20세기 차에 장병들을 태워 나르고 있답니다 ^^!
구형 두돈반을 고장이다 신뢰성이다 뭐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출시하는 파비스 기반인 그 차도 엔진은 이미 메가트럭을 통해 입증되었고 부속품이나 정비인프라는 기존 두돈반에 비해 훨씬 많고 가격도 더 저렴할테니 빨리 대체하는게 좋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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