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일입니다.
전 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있는 집은 중2때 이사온집이고, 옆옆집은 2층 벽돌집으로 1층에 슈퍼마켓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그 슈퍼는 부모님 그리고 저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몇살인지는 확실치 않음)아들이 운영을 하고 있었죠.
간간히 물건 사러가면 조금 무섭게 생겨서 겁이 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전 대학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고, 10년전에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 2층벽돌집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그 분 혼자 2층에서 지내시더군요.
1층은 가게 세를 주고 본인은 폐지 주우러 다니시는 걸 봤습니다.(가게라곤 10평정도에 간단한 사무실정도)
저랑은 오래 봐왔고, 간간히 집에 올때도 뵜었죠.
항상 2층 창문을 열고 담배피면서 지나가는 저랑 인사하면서 저에게 "요새 머하니껴?"라고 묻곤 했습니다.
그래서 집사람과 전 그 분을 '머하니껴'로 불렀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처음엔 무서워하다가 아빠가 인사를 하니
그 분을 마주치면 항상 인사를 했었습니다.
그 분은 술은 안하시고, 담배는 많이 피는 거 같았습니다. 한번은 맥주 몇 병을 주려고 하니 자긴 술 안먹는다고..
그러다가 제가 그 분을 못 뵌지 한달은 족히 넘었습니다.
지금 제 나이 48이고 그분은 50은 넘었을 거라 추측합니다.
집사람은 2주전 쯤 봤다고 하던데, 지팡이를 짚고 있다더군요.
오늘 일 하는데 집사람이 톡이 옵니다. 동네에 갑자기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가 왔다고...
나가 보니 그 2층집으로 사람들이 올라가더니 잠시 뒤 그냥 내려와서 다 가더랍니다.
그리고 잠시 뒤 전화가 옵니다. 그 분 돌아가신거 같다고... 병원차가 오고 사람들이 2층에서 흰 천으로 둘러싸인 사람을 차에 싣고 갔다고.....
저와는 그렇게 가깝지도 않은,
좀 오래 알았던 옆집 형 뻘인 분이고,
여름에 2층에 창밖보며 담배 피다가 저와 마주치면 인사하던 분일 뿐이였는데.
그 분의 갑작스런 죽음소식에 갑자기 가슴 한 켠이 너무 먹먹하네요.
얼굴 안 지가 33년인 동네 바보같지 않은 바보형...심지어 이름도 모르는 옆집 아저씨....
인사 하는거 외에 아무런 관심도 갖지 못했던 저를 용서하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야밤에 주절주절대는 이야기 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보배님들 모두 얼마 남지 않은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잠시나마 옆을 돌아 볼 수 있는 따뜻한 연말이 되시길 바랍니다.
P.s 우리 4식구 외식 갈 때 길에서 보고 우리 애들과 저랑 집사람이 인사하면
그 분이 검정봉투에서 주섬주섬 꺼내서 우리 아이들에게 건내주던 부라보콘이 생각나는 저녁이네요.
옆집에 이웃의 인연으로 이리 추억을 해주시니 좋은곳으로 가실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옆집에 이웃의 인연으로 이리 추억을 해주시니 좋은곳으로 가실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그분이 좋은곳에선
더 이상 외롭지 않으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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