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 도박 문제가 연일 언론화 되고 있다.
그저 막연히 일부 문제 있는 아이들의 일탈이라 여겨졌던 온라인 도박이 학교내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슈거리가 될 만할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 도박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었을까?
이 문제는 십여 년 전부터 있어왔고 천적이 없는 생태계에서 활발한 진화를 거듭하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뿐이다.
내가 십 년 전부터 청와대 신문고 등 여러 정부기관에 글을 쓰고 전화를 했지만 어느 한 군데 나서는 곳도 대응조차 해주지 않았다.
차라리 정부가 없었더라면 누군가라도 나섰을 텐데 이런 정부를 믿고 기다린 결과가 복마전이 되어버린 지금의 학교이다.
요즘 정부의 청소년 도박문제를 대하는 방식조차 실망스러운데 그 이유는, 도박중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도박은 원인이고 당장 아이들이 범죄에 내몰리고 학교를 떠나는 결정적인 이유는 법을 초월한 채권추심에 있다.
돈이 없는 아이들이 도박에 중독이 되면 당연히 따르는 것이 고리대금 사채이다.
피해자에서 시작됐던 아이들이 악덕 사채업자가 되어 가해자로 변하고 그 피해를 입었던 피해자는 시간이 지나 다시 가해자가 되는 무한 악순환이 학교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고리를 끊는 것부터가 도박없는학교를 만드는 첫걸음이 된다.
청소년 도박문제를 십 년간 연구하고 삼 년째 도박근절 시민단체를 운영하면서 느낀건 이 나라는 정부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관련 부처는 서로 미루기 바쁘고 도박 근절 기획서를 보내 협조해 달라고 해도 실정법을 확인한다며 무시하기 일쑤였다.
이는 청소년 도박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머리 아픈 일을 맡을 정부부처는 없을 테니 서로 핑계를 대고 어떻게든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것이 이 나라의 공무원들이다.
자 한번 생각해 보시라.
청소년 도박근절을 위해 정부 어느 부처가 그에 맞는 정책을 만든 적이 있는지. 정부는 실패한 적이 없다. 뭘 해보기나 했어야 실패를 운운할 텐데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 실패 또한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앞으로도 머리 아픈 일은 어떻게든 피할 것이고, 지금은 언론이 시끄럽지만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거라는 걸 그들은 경험을 통해 배워왔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래도 뭔가는 하고있겠지…공무원들인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1도 단 1도 안한다.
언론이 심각해지면 뭐라도 할 것처럼 하지만 그 뭐라는 것은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작년 11월 대통령의 청소년 도박에 대한 기자회견이 있고 대대적으로 출범한 ‘범정부 대응 팀’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직도 무엇 하나 내놓은 것이 없지 않은가.
언론이 시끄러워지고 대통령이 한마디 하니 뭐라도 하는 척을 하려고 모였지만 그들의 목적은 시간 때우는 것 말고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금 같은 시간이 5개월이 흘렀다.
이제 무엇이라도 내놓아야 할 텐데 기대조차 안 한다.
내가 오늘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쓰게된 이유는 청소년 도박문제의 첫발이 무엇인지부터 말하고 싶어서다.
이 글을 정부기관 누구라도 읽는다면 나에게 연락을 하길 막연하게 바라면서 쓴다.
우선 불법적인 고리사채부터 없애야 한다.
학교 내의 채무가 있는 아이들이 변제를 못할 경우 상상을 초월한 가해를 당해도 고스란히 감수하는 성향이 있다.
그 결과 그 아이는 범죄에 내몰리고 폭행을 당하고 수많은 인권침해를 당해도 돈을 갚지 못한 자신의 탓이라 여기고 무한 괴롭힘을 견디다 비극적인 결론을 맺는다.
그건 소년원을 가던 정신병원을 가던 전학이나 자퇴 중 하나일 것이다.
먼저 정부가 해야 될 건 합법적인 채권채무에 관한 교육이다.
첫째 미성년자의 채권 채무 계약은 취소할 수 있으며, 둘째 불법적 채권추심은 범죄이고, 셋째 무리한 이자는 갚을 의무가 없다. 넷째 도박 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혹자는 어린 나이에 도덕적해이를 가르치는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 방식은 피해 아이들에게 알리는 것도 있지만 돈을 빌려주는 아이에게 경고를 하는 효과가 있다.
“너희들끼리 주고받은 빚은 원천적으로 무효야! 아무리 네돈을 빌려줬다고 해도 받지 못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학교 내에 알려야 한다.
1000%가 넘는 이자를 감당하려면 아이들의 선택지는 불 보듯 뻔하다.
이 아이들을 구제하는 것이 정부가 할 첫 번째 과제이고 의무이다.
공무원들에게 경고한다.
너희들이 청소년 도박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것은 선택이 아닌 피 같은 세금으로 일을 맡긴 국민들의 명령이자 지시사항이다.
지시를 따르지 않는 직원은 해고이고 명령에 불복하는 군인은 전시 때였으면 총살이다.
-도박없는학교 교장 조호연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