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고 판사가 이를 묵인하면 누구라도 감옥에 보낼 수 있다. 최근 이재명 대표가 국정감사 발언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사건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발언 중 핵심 부분을 누락하고 편집해 공소장을 작성했고, 판사는 이를 그대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현대판 암행어사, 판사는 현대판 사또, 일반 국민은 백성이나 다름없다." 박기택 변호사는 현행 사법체계를 조선시대 신분제에 비유했다. 검사와 판사가 모든 수사와 재판 권한을 독점한 채 시민은 그들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헌법은 신분제 폐지를 선언하면서도 사법권만은 여전히 법관이라는 특정 신분에게 독점을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법원 개혁의 새로운 대안 제시
박기택 변호사가 300페이지에 달하는 사법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1986년부터 1993년까지 검사로 일했고, 이후 30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며 법조계의 부패를 직접 목격한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자신의 사건에서 판사들이 계약서 내용을 임의로 변경하고 대법원까지 가서 승소했음에도 재산을 빼앗긴 경험이 있다. 그는 "판사들이 증거를 조작해도 처벌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권력 독점이 부패를 낳는다
현행 제도에서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고, 법원은 재판 진행과 판결을 독점한다. 검찰은 기소 여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고, 판사는 증거 채택과 사실관계 판단을 자의적으로 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판사들이 서증조사가 된 계약서 내용을 판결문에서 마음대로 변경하고, 검사가 피의자 신문조서를 조작해 누명을 씌워도 이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며 실제 사례와 증거를 진정서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장도 결국 검사나 판사 출신만이 될 수 있어 법조 카르텔을 깰 수 없다"며 근본적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대배심제도
미국은 23명의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대배심'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중요 사건의 경우 12명 이상이 찬성해야만 기소가 가능하다. 대배심은 증인소환과 증거조사도 할 수 있고, 검사의 수사를 지휘할 수도 있다. 특히 20달러 이상의 민사소송과 중죄 사건은 반드시 배심원 재판을 받을 권리가 헌법으로 보장된다.
민사배심은 6~12명으로 구성되며 만장일치로 평결한다. 형사배심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는데, 검사가 제시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됐는지를 판단한다.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도 대배심이 수사를 주도했다. 대통령이라도 시민들의 동의 없이는 기소할 수 없는 것이다.
독일의 참심제도
독일은 판사 1명과 시민 2명이 함께 재판하는 '참심제'를 운영한다. 가벼운 사건을 다루는 소형사부는 직업 법관 1명과 참심원 2명으로 구성되고, 중요 사건을 다루는 중형사부는 직업 법관 3명과 참심원 2명이 담당한다. 참심원은 법관과 동등한 권한을 갖고 사실관계 판단, 법률 적용, 양형 결정 등 재판 전 과정에 참여한다.
전문분야별로도 참심제가 세분화되어 있다. 노동법원은 노사 대표가 각 1명씩 참여하고, 상사법원은 상공회의소가 추천하는 참심원이 참여한다. 사회법원에서는 의료·연금·보험 관련 전문가 2명이 참심원으로 참여한다. 이처럼 각 분야의 전문성과 시민의 상식이 재판에 반영되도록 제도화했다. 독일 법원조직법은 참심원이 직업 법관과 동등한 권한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본의 재판원·검찰심사회 제도
일본은 법관 3명과 일반 시민 6명이 함께 재판하는 '재판원' 제도를 운영한다. 살인, 강도 등 중요 형사사건과 법정형이 1년 이상인 사건이 대상이다. 재판원은 직업 법관과 동등한 권한을 갖고 사실관계를 판단하고 법령을 적용하며, 과반수 찬성으로 유무죄를 결정한다.
더 주목할 만한 제도는 '검찰심사회'다. 선거권을 가진 시민들 중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11명의 시민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다시 심사한다. 심사회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불기소 처분을 하면, 심사회는 재심사를 통해 기소 결정을 할 수 있다. 이때 검찰은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예컨대 김건희 특검과 같은 사건이 일본에서 발생했다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하더라도 시민들이 이를 다시 심사해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수 있다. 이처럼 일본은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시민이 직접 견제하는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
구분 | 미국 | 독일 | 일본 | 한국 |
---|---|---|---|---|
시민참여 제도 |
- 배심원제(형사/민사) - 대배심(기소단계) |
- 참심제(형사) - 명예법관제(전문분야) |
- 재판원제(형사) - 검찰심사회 |
- 국민참여재판 (일부 형사사건만) |
시민 권한 | - 기소 여부 결정 - 유무죄 판단 - 증인소환/증거조사 - 검사 수사 지휘 |
- 사실관계 판단 - 법률 적용 - 양형 결정 - 법관과 동등 권한 |
- 사실관계 판단 - 법령 적용 - 불기소 심사/기소 강제 |
- 평결 의견 제시 (권고적 효력) |
시민 비율 | 100% (시민 배심원으로만 구성) |
40~66% (사건 유형별 상이) |
66.6% (법관3:시민6) |
참고 의견 수준 |
구속력 | 법적 구속력 | 법적 구속력 | 법적 구속력 | 권고적 효력 |
특징 | 시민 통제가 가장 강력 |
전문분야별 시민참여 세분화 |
불기소처분 시민심사 가능 |
제한적이고 형식적 운영 |
헌법 101조 개정으로 법관 독점 체제 깨야
박 변호사는 현행 헌법 101조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이 조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해 판사들의 재판 독점을 보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11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도, 101조에서는 오직 법관만이 재판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신분제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이를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나 일본의 헌법처럼 '법관'이라는 표현을 빼고 '법원'으로만 규정하면 시민들도 재판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선진국 헌법은 사법권을 법원에 부여할 뿐, 법관에게 독점시키지 않는다.
"검수완박이나 공수처 설치 같은 부분적 개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공수처장도 결국 검사나 판사 출신만이 될 수 있어 법조 카르텔을 깰 수 없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헌법을 바꿔 시민이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검찰과 법원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며 헌법 개정만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개혁방안 제시
박 변호사는 시민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 참여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100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평등권실현연구소'를 설립해 검찰과 법원을 감시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중요 사건의 경우 시민이 66% 이상 참여하는 재판부를 구성하자고 했다. 예컨대 판사 1명과 시민 2명이 함께 재판하는 독일식 참심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판사는 재판 진행을 맡고 실제 판단은 시민들이 주도하게 된다.
수사 과정에서도 시민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해 불기소 처분에 대한 시민 심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시민들이 불기소 처분을 뒤집을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의 힘으로 사법개혁을
박 변호사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책 "대한민국 사법 민주화의 길 - 검찰과 법원의 신분제를 넘어서"(가제)를 준비하고 있다. 30년간의 법조인 경험과 직접 겪은 사법 피해 사례, 그리고 미국·독일·일본의 선진 사례를 토대로 구체적인 사법개혁안을 제시한다. "더 이상 판사와 검사들에게 재판을 독점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시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사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발언이 28만 회나 조회되는 등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이재명 대표 사건을 계기로 현행 사법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과 법원이 권한을 독점하는 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박 변호사는 "헌법 101조 개정이 핵심"이라며 "검수완박이나 공수처 설치 같은 부분적 개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사법제도를 통해 억울한 사법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박기택 변호사의 제안이 대한민국 사법개혁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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