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사이먼 존슨 "韓 민주화, 세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
- 성재용 기자
입력 2024-10-15 11:03수정 2024-10-15 11:03
영상 기자회견서 "포용적 제도 구축 따른 지속 성장의 사례가 한국"애쓰모글루 교수 "韓, 민주화 이후 건강하게 경제 발전…북한은 역행"'공동 수상자' 로빈슨 교수 "박정희 정책, 경제 발전 성공 요인 중 하나"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대런 애쓰모글루와 사이먼 존슨 교수는 민주주의가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관련 사례로 한국과 북한을 꼽으면서 한국의 경우 민주주의를 통해 빠른 성장을 이뤄냈지만, 북한은 역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는 한국이 경제 발전을 이룬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수출 주도형 개발정책을 꼽기도 했다.
14일(현지시각) 애쓰모글루 교수는 노벨상 발표 직후 영상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북한은 우리 책의 바로 시작점"이라며 "우리가 가진 최고의 데이터에 따르면 남북은 제도(institution)의 역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10배 이상 달라진 것을 아름답게 보여줬다"고 밝혔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2012년 공동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에서 세계 불평등의 기원을 집중 조명했고, 이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제도를 지목했다.
그는 "한국이 문제가 없진 않다"면서도 "(한국은) 민주화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한국 경제는 속도가 빨라졌고 더 건강한 방식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지금 한국은 여전히 대기업들에 지배돼 있다. 이는 혜택도 있지만, 비용도 소요된다"면서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한국은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나라 중 하나로,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다양한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할 국가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개방성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경쟁적인 압력 속에 그렇게 하는 것 또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현재 (북한의) 제도는 일부 계층에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나쁘다"며 "북한 주민들은 현재 엄청난 압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나는 북한 시스템이 더욱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한다. 희망하건대 언젠가 더 민주적 시스템을 갖춘 한국과 통일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같이 나선 존슨 교수 역시 한국의 민주화를 바탕으로 한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사례가 세계 각국이 담대하게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포용적인 제도를 구축해야 더욱 강력하고 견고하게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그 예가 바로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매우 가난하며 상당히 권위주의적인 국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위한 노력이 있었다"면서 "비록 지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쉽지 않은 여정의 결과 한국 경제는 훨씬 더 나은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존슨 교수는 그동안 어렵게 구축한 포용적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강력한 제도를 구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금방일 수 있다"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의회를 공격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로빈슨 교수 "박정희 수출정책,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할 수 있어"
또 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빈슨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경제 발전을 이룬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수출 주도형 개발정책을 꼽았다.
그는 "박정희 정권 때의 수출정책은 다른 나라에서도 제대로 시행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 가능할 정도로 굉장히 성공적인 경제 정책이었다"며 "나는 그가 독재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경제 발전)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집권) 이후 민주주의 제도로의 전환은 박 대통령 시절의 폭발적인 경제 발전을 한국이 지속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한국의 가장 큰 매력은 '문화적 폭발'"이라며 "이는 단순 무역정책이나 위탁생산 등을 넘어서는 놀라운 성과다. 내 아들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멋진 곳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한편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날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이들 세 교수를 선정했다.
위원회는 이들 학자가 "국가의 번영을 위해 사회적 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법치주의가 부족하고 인구를 착취하는 제도가 있는 사회는 성장이나 더 나은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수상자들의 연구는 그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경제 이외의 영역, 즉 정치·사회·문화·법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중시해 경제와 이런 영역들의 결합이나 상호연관을 강조하는 이른바 '제도경제학파'에 속해 있다.
로빈슨 교수는 2012년 출간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통해 국가간 불평등을 결정하는 데에는 정치과 경제 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해당 저서의 공저자이자 MIT 교수 중 연구 실적이 뛰어난 10명 안팎에 주어지는 인스티튜트 교수 자격을 갖고 있다.
존슨 교수는 2011년 미국 금융의 역사를 민주주의와 거대 금융간의 대결이라는 관점으로 분석한 '위험한 은행'을 출간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