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이버수사부서에 근무하는 현직 경찰관입니다.
그저께 제 페이스북으로 웬 여자가 친구신청을 했습니다.
경험상 외국 군인 등을 사칭해서 접근해 친분을 쌓고 돈을 요구하는, 일명 ‘로맨스스캠’ 사기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장난쳐보려고 친구수락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상대방은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미국에서 온 S** ****입니다. 저는 30세이며 현재 독신이며 현재 다마스쿠스 시리아에서 군인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거의 2년 동안 이 곳에 있었습니다.”라며 묻지도 않은 독신 이야기를 하고, “어머니는 한국, 아버지는 미국에서 오셨지만 부모님은 제가 8살때 돌아가시고 저만 살아남았다. 강해지고 군인이 되었다. 어머니의 고향에서 온 분을 만나서 기쁩니다. 한국에 다시 오고 싶어요”라며 무척 친한 척을 하는 겁니다. 이어서 “한국에 오고 싶다. 당신을 좋은 친구로 삼고 싶고 당신에게 소중한 물건을 맡기고 싶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 계정은 Ebu** Nn***라는 이름이었습니다. 아프리카쪽 이름 같은데, 이 역시도 타인의 계정을 도용했다는 뜻입니다. 용의자는 친분을 얻기 위해 자기 사진을 막 보내주는데 실제 인물사진을 보여주어야 하니 타인의 사진을 막 도용하는 것입니다. 구글 이미지검색을 하면 혹시나 도용된 사진 주인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까지는 로맨스스캠 사기범이 한국 사람에게 접근하는 수법입니다. 제 경험상 피해자들은 한달에서 여러달동안 소소한 대화를 이어나가며 애정이 싹터갑니다.
그런데 이번 용의자는 하루만에 훅 들어왔습니다. 돈에 관한 얘기를 당일 한 것입니다.
용의자는 “나는 시리아 탈레반으로부터 엄청난 돈을 가져왔습니다. 그 돈은 우리가 공유했습니다. 나는 500만달러의 몫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그 돈을 내 계좌에 넣을 수 없습니다. 내 급여의 일부가 아니며 UN에서 이에 대해 질문할 것입니다. 그 돈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싶습니다. 당신의 관심과 협조를 바랍니다. 한국에 성공적으로 도착할 것이며 외교관이 상자를 당신의 집으로 가져올 것입니다”라고 말을 합니다.
이것은 일명 통관형 사기라고 합니다. 과거 로맨스스캠은 해외에서 사는 용의자가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는데 변호사 비용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해외 계좌로 돈을 보내달라는 수법을 사용했는데, 요즘은 이런 식으로, 큰 돈이 생겼는데 내가 현지에서 보관하기 어려우니 한국에 보내면 당신이 맡아달라고 유혹합니다. 그 대가를 주겠다고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유혹에 넘어갑니다.
돈을 건네라고 요구하는 수법은, 통관비용을 위해 에이전시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하던가, 세관에서 압류가 걸렸으니 압류 푸는 비용을 달라고 합니다. 제 경험상 대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 명의의 국내 계좌가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국내 체류 외국인 명의로 발급된 대포계좌인 것이죠.
하여튼 이런 식으로 용의자 갖고 놀기는 계속되었습니다.
제가 동의를 하니까 용의자는 카카오톡 아이디를 알려주며 자기를 친구추가하라고 합니다. 참 신기합니다. 한국에 한번도 안 온 사람이 어떻게 한국인이 주로 쓰는 카카오톡을 알고 있을까요? 제 생각에 로맨스스캠이 워낙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범죄이므로 한국인에 맞추어 범행을 꾸미는 것이라고 봅니다.
카톡 대화가 시작된 다음에는 사진을 보내줍니다. 그리고 상자를 받으려면 제 정보가 필요하니 주소와 전화번호를 달라고 요구합니다. 물론 저는 가짜 정보를 보냈습니다. 주소는 OO경찰청 바로 옆, 지금 아파트를 헐고 재개발되는 주소, 즉 없는 주소를 불러줬습니다. 제가 일부러 “내 돈 들어갈 일은 없는거지?”라고 물어보니 300만원의 통관수수료가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이스톡을 걸어보니 용의자가 ‘여기는 전화가 안 되요’라는 희한한 사진을 보내줍니다. 자신의 얼굴, 자신의 목소리를 숨겨야 하니 전화가 연결되는 것을 피하려는 핑계입니다. 돈은 한국에 와서 갚겠답니다.
그리고 한시간 있다가 우편물을 보냈다는 서류와, 짐을 싸는 동영상을 보내줍니다. 전시상태에 있는 군인이 이렇게 한가한가요?
그리고 나서 외교관을 카톡 친구추가하라고 해서 그렇게 해줬습니다. 저녁시간에 귀찮게 말을 걸길래, 식사중이라 했더니 “그래 미안해”라고 답합니다.
이렇게 첫날이 지났습니다.
다음날 한국의 아침 시간을 어떻게 알았는지 아침에 ‘좋은 아침~’하면서 말을 걸었고, 제가 “시리아의 석양은 어떠냐, 사진이 있으면 멋지겠다.”고 했더니 지 사진을 보내줍니다. 시리아의 사진을 보내줄 수는 없을겁니다. 십중팔구 아프리카 지역에서 접속해서 연락하는 중일 테니까요.
계속해서 S**가 ‘외교관’이라고 칭한 ‘Deplomatic service’라는 자와 연락해봤습니다. 제가 귀찮게 영어로 할 필요는 없어서 한국말로 하니 자기가 번역기를 돌리는지 어색한 번역투의 한국말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외교관’이란 자는 통관증명서를 발급받는데 300만원이 든다며 돈을 요구했습니다. 외국인 명의의 국내은행 계좌번호를 불러주고 지금 공항을 빠져나가야 하니 빨리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저는 이때 “코로나로 수입이 줄어들었다. 현금 50만원밖에 없고 대출을 받아야 한다”라고 응대했습니다. 상대방이 당황한 듯하더니 빨리 돈을 보내라는 말만 계속했습니다.
여기가 사기 범행의 핵심입니다. 처음 피해자 맞춤형으로 접근해서 친해지고 외국에서 취득한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니 맡아달라고 부탁한 다음에, 다른 사람이 등장하여 공항에서 통관수수료가 필요하다며 외국인 명의의 계좌로(때로는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으로) 보내달라고 하고, 국내 임시체류하는 외국인이 ATM기기 앞에서 대기하다가 돈이 들어왔다는 지령을 받으면 재빨리 인출해서 도주하는 식입니다.
저에게도 ‘외교관’이라는 자가 통관 수수료를 요구했을 때 인출책이 대기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독촉을 했겠지요. 저는 지연전술로 맞섰고요.
그 다음에 제 상사가 불러서 일을 해야한다는 핑계를 대고 더 이상 응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말을 건 여자 역할의 S**에게는 “카톡 사진 중 하나가 권씨인데 당신은 서씨라고 했다. 나를 속였다”등의 말로 시비를 걸었습니다. 그러더니 그놈은 권씨 사진을 지우더라고요. 영악한 놈들입니다. 그 통장을 쓰면 잡혀간다고 경고해서 범인이 불러준 통장을 못 쓰게 만들었습니다.
대포통장 구하는 데에도 비용이 들 테이니 오늘 그놈들은 일당을 못 벌고 비용이나 날려먹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골려먹기의 마무리로서 Ebu** NN****의 페이스북에 다시 들어가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저는 경찰인데 저 사람에게 메세지를 받았으면 로맨스스캠 사기일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라고 메세지를 보내면서(외국인 친구 포함) 사기꾼 골려먹기의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레도 멋지게 처리하셨네요.
두번째 단계-사기 당사자가 여자면 사랑한다 부자로 만들어주겠다 또는 금괴가있는데 캘돈이없다,또는 남자일경우 3000만불이있는데 당신에게 상속하길원한다 좋은데 써달라 ㅋㅋ
세번째 마지막단계-금을 찾아야하는데 발굴할돈이 없다 난 포스타 장군인데 돈이없다 3천불 보내라,3000만불 당신에게 상속을 약속했으니 은행 계설비용이 든다 3천불보내라
결국 그놈오 3천불 사기를치고 정작 해당 뱅크 넘버와 스위프트코드가 부르키나파소 ㅋㅋ 계좌가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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