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는 전형적인 일본식 군대 방침을 독립군에게 강요했다. 이에 장준하 선생이 ‘너 뭐야’하고는 반말로 욕을 했대요. 그랬더니 이 사람이 나와서는 경례를 딱 붙이더랍니다. 하도 화가 나서 아무 생각없이 모자를 휙 벗겨서 땅에다 밟고는 ‘너는 독립군 모자를 쓸 자격이 없어, 독립군 훈련을 일본식으로 해?’ 하고 야단을 쳤답니다. 그랬더니 고개를 푹 꺾고서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하는데 일본말로 하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더 감짝 놀라서 상부에 보고를 했답니다. 일본 군대 출신들이 피난민 대열에 끼어 있다가 광복군에 들어왔는데, 이 사람들이 일본군의 밀정일지 모르니 전부 제거하자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 장준하 선생이 그 사람이 박정희였다는 것을 어떻게 기억하냐면, 잘못했다는 말을 일본말로 했다는 것, 딱 한가지예요.
5·16 군사정변 후에 박정희가 장준하를 만나자고 청해 왔어요. 그런데도 장준하 선생은 ‘내가 왜 군대 반란을 일으킨 놈을 만나느냐’면서 만나지 않았는데 신문에 난 박정희를 보니 낯익은 얼굴이더랍니다. 그래서 함석헌 선생 등 몇사람을 사상계 사무실로 불러서 ‘이 사람은 내가 옛날 만주에서 만나본 일본군이다. 행적을 알아보자.’고 발언을 한 겁니다. 이 이야기가 박정희에게 들어갔고, 그것이 개인적으로 장준하를 싫어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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