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는 저녁의 한잔 술로 인생을 추억해보니
눈물로 매일밤 지새웠던 내가 사랑을 했었구나
그때는 사랑이 전부였어
사랑에 목숨 걸었어
이젠 그럴 기회도 없겠지만
입이 마르고 가슴이 터질것같은
나 그녀와의 잊지못할 뜨거웠던 입맞춤
그렇게 여자를 알게되고 몰랐던 사랑에 눈을 뜨고
비로소 남자가 되었지만 이별은 찾아오고
지겹던 사랑은 다시오고 믿었던 사랑은 다시울고
외로운 남자로 살다보니 세월만 흘렀구나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고 아픔은 추억이 되고
쫓기던 세상을 살다보니 점점 마음만 급해지고
무엇을 위해서 살았는지
무작정 달려왔지만
내가 편히 쉴곳도 하나 없네
떨리는 가슴 너무나 애타는 사랑
더 늦기전에 후회없는
사랑을 하고 싶어
그렇게 여자를 알게되고 몰랐던 사랑에 눈을 뜨고
비로소 남자가 되었지만 이별은 찾아오고
지겹던 사랑은 다시오고 믿었던 사랑은 다시울고
외로운 남자로 살다보니 세월만 흘렀구나
김건모횽 노래 좋네요
번쩍이는 검은 에쿠스 승용차 한 대가 얌전하게 공회전하고 있다
암내 맡은 고양이처럼 가르릉거리며
완전 연소된 가솔린 배기가스를 페로몬 향기처럼 자욱하게 퍼뜨리고 있다
온 힘을 다해 납작 엎드려 있던 에쿠스가
한밤의 어색한 정적에게 조용히 귀엣말을 건네듯이 나직나직 흔들린다
속삭이듯 가만가만
부드럽게 흔들리다가 드디어 올라간다
둥실둥실 검은 승용차 에쿠스 한 대가 그대로 공중부양하고 있다
흔들흔들 둥실둥실
안팎이 온통 캄캄한 에쿠스 한 대가
새카만 유리 속에 오직 환한 보름달만이 둥싯 떠가는 에쿠스가
까마득 허공으로 올라가다가 한순간
온몸 근육이 돌덩이처럼 굳는 짐승처럼 우뚝 멈췄다가 기우뚱,
다시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곁에 서 있던 키 큰 은사시나무가 물관을 따라 우듬지까지 밀어올렸던 오직 한 생각을 그만
절정의 가지 끝에서 부르르 털어버리자
둥근 밀크 항아리 기울어지듯 꽉 찬 달빛이,
달빛이 부드럽게 검은 에쿠스 승용차 위로 가득히 부어지는 밤이다
『놈이었습니다』(문학동네, 2015) 중에서..
항상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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