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안정화로 숨통 트이나 싶었는데…”
특장업계 원자재 수입 비용 전년比 20%↑
중고 상용차 수출업계도 손해 감수하며 계약
원 · 달러 환율이 1,400원 대로 치솟자 특장업계와 중고상용차 수출업체가 타격을 입고 있다. 사진은 특장용 트레일러를 제작하는 모습과 중고 트럭을 선적하는 모습.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자 국내 상용차 업계 전반에서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율문제로 수입산 자재 의존도가 높은 특장업계는 물론, 중고 상용차 수출업계도 환율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했던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다. 지난 9월 22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09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9월 평균(1,184원)보다 19% 오른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이다. 더군다나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어, 앞으로도 원화 가치는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급격히 오르자 국내 상용차 업계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부품 및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특장업계의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지속되는 ‘달러 강세’에 수입 자재 가격이 껑충 뛰어서다. 중고 상용차 수출업체들도 주요 수출국인 동남아나 중동, 아프리카 지역이 달러 강세에 대한 부담을 느끼며 지갑을 걸어 잠근 탓에 판매량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특장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발생한 부품 수급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그동안 비용 부담이 컸는데, 올해 하반기 들어 환율마저 치솟으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장업계, 원자재 구입 부담 급증
국내 상용차 업계 중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은 상용차업계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주요 거래 수단인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수입품 물가도 덩달아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특장용 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특장업체는 중간(업체) 단계를 거치지 않고 해외에서 직수입해오는 일부 부품의 경우 환율 변동 여파를 직격으로 받고 있다.
특장업체의 한 관계자는 “특장차량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외 브랜드의 특수한 제품이 꼭 필요한데, 이를 직접 구매하다 보니 환율이 오른 만큼 부품 수입 비용도 고스란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수입에 드는 비용만 20% 가까이 치솟았다.”고 토로했다.
특장업체가 직수입하지 않는 원자재 품목도 환율 인상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특장업체는 철강재를 비롯해 알루미늄과 실리콘, 특수 보온재 등 원자재 품목을 국내 납품사로부터 공급받는다. 포스코나 세아베스틸과 같은 철강업체가 대표적이다.
현재까지 이들 철강업체는 원자재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환율이 올랐음에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해 들어 하락세를 그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2년 사이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던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의 올해 상반기 가격은 각각 톤당 1,459달러, 1,96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5%, 16.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를 경우 원자재 제품의 납품가는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또 다른 특장업체의 관계자는 “철강 품목의 경우 최근 국제 가격이 내려간 덕에 국내 납품가도 소폭 하락해 잠시 숨통을 돌렸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진다면 철강재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고 상용차 수출 상황도 ‘잿빛’
신차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는 중고 상용차 수출업계도 환율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주요 고객사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는 반면, 수출 중심 업계에는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기존과 동일한 수출 실적(달러 기준)을 달성해도 원화로 따진 수입액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중고 상용차 수출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주요 수출 국가가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달러 사용국이 아닌 탓이다. 이들 국가 입장에서 보면 지금과 같은 달러 강세 상황에서 해외 중고 상용차를 수입해 오는 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중고 상용차 수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들어 일부 해외 고객사들이 차량 발주를 미루거나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 상용차 업계는 이에 대응해 차량 수출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영화 한국중고차수출조합 회장은 “상용차는 용도 특성상 수요가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는 탓에 당장 시장이 받는 타격은 크지 않다.”면서도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른다면 앞날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사와 서로 마진을 줄이거나 주문 시기를 조정하는 등 계약이 중단되는 사태를 피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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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기자 zzangtruck@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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